[이영만의 세상만사] 봄인 듯 봄 아닌…봄다운
봄이다. 머잖아 봄바람, 꽃바람이 겨우내 닫혀 있었던 몸과 마음을 열어젖힐 터이다. ‘봄추위가 장독 깬다’고 경칩 지낸 날씨 치곤 제법 맵지만 우리는 안다. 그야말로 혹독한 동장군도 ‘따스한 바람, 품에 안고 살랑살랑 다가오는 봄처녀’를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오늘 우리네 춘삼월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느닷없는 계엄과 몇 달째 뒤엉켜 있는 탄핵 찬반의 소용돌이로 정치는 어지럽고, 경제는 회복이 가물가물하고, 사회는 어수선하고, 살림은 쪼그라들었다. 기쁠 땐 궂은 비도 낭만이지만 서글플 땐 화사함도 비극이듯이 어쩌다 찾아오는 즐거움도 즐길 수 없다. 가슴 한구석에 도저히 털어낼 수 없는 찜찜함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마냥 그러지 않아도 된다. 돌이켜보면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이런 봄’이 처음은 아니다. 을사늑약의 빌미가 된 1904년 2월, 전두환의 ‘친위 쿠데타’로 비롯된 1980년 3월,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의 4월이 그러했듯 부지기수였
2025-03-07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