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예정대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추가 관세를 기존 10%에서 20%로 올리기로 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상호 관세’를 4월 2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도 재확인했다.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S&P500지수, 나스닥 지수 등 주요 주가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트럼프는 2월 초 이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나 한 달 간 유예를 발표했었다.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기보다 압박용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날 전격 관세 이행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들 3국 간에 지켜져온 자유무역협정(USMCA)이 깨지면서 글로벌 무역환경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는 추가 유예 여지는 없다며 “그들이 해야할 일은 자동차 공장과 같은 것들을 미국 내에 짓는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의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 비용 상승과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관세 날벼락’을 맞게 된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경우에 따라선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도체도 영향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을 주요 생산 기지 삼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유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330억 달러(약 194조원) 중 85.9%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 중간재였다. 관세 폭탄을 맞기 전인데도 2월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트럼프는 상대국의 모든 정책과 규제도 문제 삼겠다고 했는데 부가가치세, 자동차 배출 관련 인증 절차, 온라인 플랫폼법 등이 모두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트럼프식 거래에서는 ‘화려한 명분’을 주는 게 중요하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한미 산업장관 회의에서 미국이 한국 조선산업의 협력에 기대를 보인 것은 통상협상의 첫 단추로 긍정적 신호다.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높일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