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새학기 시작 못 하고 파행

개강 시점 미루거나 온라인 강의 전환

수강신청 ‘0명’ 전국 40개 의대 중 10곳

전국 상당수 대학 의과대가 개강한 4일 오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 대전의 한 대학 의대 의학도서관이 한산하다. [연합]
전국 상당수 대학 의과대가 개강한 4일 오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 대전의 한 대학 의대 의학도서관이 한산하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3월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의대는 여전히 개강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올해도 수업을 거부하고, 신입생들에게도 휴학을 강요하면서다. 올해는 기필코 정상 수업을 하겠다던 의과 대학에서는 개강 날짜를 미루면서 버티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는 원칙대로 의대생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는 절대 학사 유연화는 없을 것”이라며 “지난달 19일 원칙대로 학사 운영을 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25학번의 경우 의대 증원이 된 것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의대 증원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학칙대로 하는 것인지 볼 것이다”며 “작년과 올해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혹시라도 24학번이 25학번과 분리 교육을 원한다면 3월 넷째 주 안에 반드시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의대생들은 수업거부를 올해에도 이어가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제로베이스 논의’를 언급하면서 2월에 의정 갈등을 해소하겠다 약속했지만 보건복지부와 혼선으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학년도 1학기 의과대학 수강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40개 의대의 수강 신청 인원은 총 4219명에 그쳤다. 단 1명도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은 학교도 전체 의대의 4분의 1인 10곳이나 됐다.

전국 상당수 대학 의과대가 개강한 4일 오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 대전의 한 대학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
전국 상당수 대학 의과대가 개강한 4일 오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 대전의 한 대학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

올해 신입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24학번 1학년’의 수강 신청만 따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대와 전북대는 수강 신청이 아예 없었고, 부산대는 4건에 그쳤다. 반면 ‘25학번 신입생’의 경우 전북대(171명·100%)와 제주대(70명·98%), 부산대(158명·97%)는 대부분 수강 신청을 했다. 다만 이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할지는 알 수 없다. 이들 대학의 경우 신입생의 1학기 휴학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지난해와 같이 등록금을 내고 선배들을 따라 휴학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일부 의대는 이번 학기를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고 개강 날짜를 미루는 등 임시방편 마련에 나섰다. 온라인 강의에 접속만 해도 출석 인정 해주고 녹화한 수업을 나중에 들어도 되는 방식이다. 일단 출석 기준을 채우면 학생들이 뒤늦게 복귀하더라도 유급을 피할 수 있다.

교육부는 당초 2월로 예정됐던 ‘2025학년도 의과대학 교육 내실화 방안’ 발표를 최근 연기했다. 이를 두고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 주체인 대학이 의대생 교육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맞기 때문에 학생들이 돌아오는 시기에 맞춰 교육 과정을 준비 중”이라며 “의대생들의 복귀율에 따라 지원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학교와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수업 방해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수는 5건이라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 의뢰는 지난해 말부터 5건 진행했다”라며 “대학이 5곳은 아니고, 행위별로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brunc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