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첫 의회 합동연설
논란의 ‘1시간 39분 31초’연설
유럽 등 향해 사실과 다른 발언
연설 동안 의원 12명 떠나기도
![도널드 트럼프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06/rcv.YNA.20250305.PAP20250305197501009_P1.jpg)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의회 합동연설에서 99분동안 발언하며 기록적인 연설을 했다. 하지만 연설 시간 대부분이 과장된 표현과 이웃국가를 향한 비판으로 가득하면서 분열의 시대를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발언을 반박한 일부 의원은 장내를 떠나거나 퇴출당했다.
역사상 가장 긴 국정연설 ‘99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무려 1시간 39분 31초 동안 연설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국정연설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다음으로 길었던 국정연설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1시간 28분 49초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마라톤 연설’로 주목받았다. 이날 연설을 제외하고 트럼프는 2019년 1시간 22분 25초로 역사상 세 번째로 길게 연설했고, 2018년에도 1시간 20분 32초로 네 번째로 긴 연설에 이름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UPI]](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06/rcv.YNA.20250305.PUP20250305026601009_P1.jpg)
트럼프는 연설 내내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며 사실과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 NYT는 연설 동안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표현만 26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먼저 유럽연합(EU)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쓴 돈보다 러시아 석유와 가스를 사는데 더 많은 돈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돈을 쓰지 않았지만 미국은 3500억달러를 지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YT는 “유럽은 지난해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데 220억 달러를 지출하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이 공동으로 지출한 비용이 200억달러고, 개별 회원국들이 별도로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웃국가, 전정권 모두 ‘비난 대상’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은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며 미국은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내내 거짓과 과장된 주장을 반복했다”며 “과거 연설과 다를바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과 다른 발언도 상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마약)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유입되면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펜타닐 사망자는 감소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서는 “경제적 재앙과 인플레이션 악몽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해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그는 “수백만명의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끔찍한 갈등 속에서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엔(UN)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부상자 및 사망자는 수십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 퇴출당하고 12명 ‘퇴장’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06/rcv.YNA.20250305.PRU20250305205101009_P1.jpg)
트럼프의 거침없는 발언에 연설 도중 의원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연설 시작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야유를 했고, 연설이 중단됐다.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계속 큰 소리로 말했고, 결국 연설장을 나가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 성과를 자랑하자 한 의원은 “계란은 어떠냐”며 최근 가격이 급등한 계란을 언급했다. 다른 의원은 “주식 시장은 어떠냐”며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뉴욕증시를 언급해 장내가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민주당 거물의원으로 꼽히는 낸시팰로시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암살시도 사건을 두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신이 날을 구했다”고 말하자 “맙소사”라고 놀라기도 했다. 결국 이날 연설 이 끝날 때까지 하원의원 12명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국회의사당을 나가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전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분열 정치를 향해 전속력으로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