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거부’ 의대생 올해도 지속…신입생 동참 압박

교육부 ‘강경 대응’…학칙대로면 대규모 유급 가능성

대학 총장 ‘정원 전 인원’ 제안, 교육부 “입장 없다”

전국 상당수 대학 의과대가 개강한 4일 오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 대전의 한 대학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
전국 상당수 대학 의과대가 개강한 4일 오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 대전의 한 대학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3월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의과대학을 떠난 학생 대부분이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25학번 신입생들마저 선배들에게 등 떠밀려 ‘수업 거부’에 동참하면서 대학 총장들마저 ‘대안이 없다’며 증원 0명 요구 수용에 나섰다. 교육부는 ‘제적이나 유급 등 학칙대로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을 복귀시킬 유인이 없어 고심이 깊다.

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25학번 신입생을 향한 압박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와 의대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OO대 수업 듣고 있는 25학번 몇 명인가요”, “25 신입생 수업 거부 현황” 등 신입생 수업 참여 현황을 파악하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또 일부 의대의 경우 재학생 선배들이 수업 참여 인원을 파악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4일 서울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
사진은 4일 서울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

25학번 향한 ‘휴학 압박’ 여전…“불안해서 수업 못 듣는다”

이같은 수업 거부는 1학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의대협이 지난달 의대 24학번 이상 재학생 1만8326명을 대상으로 올해 1학기 휴학 여부를 조사한 결과 1만7695명(96.5%)이 학교 측에 휴학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일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대 신입생들마저 폐쇄적인 의대 문화 탓에 수업 참여를 지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수업에 참여한 의대생들은 ‘따돌림 우려’에 다음 주부터 수업을 나오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한 의대 신입생 A 씨는 “이 상태로는 불안해서 수업을 못 들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제대의 경우 90%가 넘는 25학번 신입생이 ‘수업 거부’에 동참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각 대학 측은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에 ‘작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총 5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거부 강요 행위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라며 “의대 25학번은 증원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증원을 이유로 한 수업 거부 명분이 없다. 의대 신입생은 꼭 수업에 참여해야 불이익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
사진은 4일 서울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

수업 듣지 않는 의대생 대거 ‘F학점’ 가능성…대학 측 “올해는 꼭 돌아와 달라”

교육부는 전국 의대에 원칙대로 학사 운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칙 내용을 전달한 상황이다. 이에 의대 대부분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질병이나 군대 등 이유 없는 휴학은 불가능하다’라는 학칙을 소개했다. 일부 의대의 경우 동맹 휴학 압박, 의대생 휴학 수요 조사 등 학습권을 침해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형법상 강요죄, 학내 문란 행위 등으로 징계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수업을 듣지 않는 25학번 신입생의 경우 일괄적으로 ‘F학점’을 처리하는 대학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40개 대학별로 학칙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의대 학칙상 수업의 4분의 3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해당 과목 성적이 인정되지 않는다. 의대는 통상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되기 때문에 대규모 유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 사립대 총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의대 신입생들이 출석을 하지 않을 경우 이들은 모두 F학점 처리될 것”이라며 “의대의 경우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라고 설명했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내년에 의과대학 3개 학년을 가르치는 ‘트리플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는 학생들이 돌아왔으면 한다”라며 “올해도 돌아오지 않으면 정말 방법이 없다, 대학도 한발 물러난 만큼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의대생들의 대부분이 복귀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한 24학번 의대생 B씨는 “2년 정도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정부가 의료를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만 알아도 유의미한 성과”라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월 1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의대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월 1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의대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

40대 대학 총장, ‘3058명’ 정부 제안에도…교육부 “입장 없다”

교육부와 각 대학 측은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학사 유연화’ 없이 학칙대로 처리하면서도,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위한 방안 논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내후년 이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의료계의 보건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에서 결정하겠지만 2026년 의대 정원의 경우 ‘정원 전’으로 돌리면서 의대생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3058명’을 두고도 정부와 대학 내 의견이 존재한다. 강경파 의대생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무효화와 더불어 ‘2027년 감원’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어떤 안을 발표하더라도 의대생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도 있다고 알려졌다.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이날 온라인 회의를 열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된 정원(5058명)에서 2000명 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대부분 합의했다. 다만 휴학생의 전면적 복귀와 함께 의료계가 2027년 의대 정원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결정에 따른다는 전제 조건을 단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의에는 교육부도 참석했으나 의대 정원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교육부는 기자단 공지를 통해 “오늘 개최된 의총협 비대면 회의에 교육부 관계자도 참관했다”면서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출하지는 않았고, 이 회의에 대한 교육부 입장도 별도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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