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에서 새로 확인된 독립유공자 홍한식 지사 묘비[출처=국립창원대학교박물관]](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09/news-p.v1.20250309.949d90366b774f65a101d1bfa1356a41_P1.jpg)
[헤럴드경제(하와이)=함영훈 기자] 미국 하와이주 한인들은 1903~1905년 대한제국 시기, 처음으로 집단 노동 이민을 떠나 오아후섬 등지의 사탕수수 농장 등에서 일했다.
이들은 고생해서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지원했을 뿐 만 아니라 직접 독립운동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하와이 내 높아진 한류 인기 덕분에 코리아 페스티벌(올해 21회)의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는 하와이한인회, 하와이에서의 항일독립운동 안내책자를 발간한 미주한인재단 하와이지부는 하와이 독립운동사를 탐문하는 한국 학계 연구진들을 도와, 하와이 한인역사 122년간 나라를 위해, 미국을 위해, 한미동맹을 위해 노력한 족적들을 정리해 나가고 있다.

하와이엔 명소도 많은데, ▷와이키키해변, ▷3-4개의 라군이 연속으로 있는 코올리나 자연공원, ▷세기적 야구스타 오타니의 별장지로 추정되는 오아후섬 동쪽끝 마카푸우 포인트와 하나우마 베이, ▷인근 코코트레일 언덕에서 보이는 한반도 모양 부촌 마을, ▷산악바이크, 주라기공원, 카우보이경연을 체험하는 쿠알로아랜치, ▷북부 레이해변, ▷일본의 폭망을 자초한 일본군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기습 유적, ▷한국전쟁 승리의 1등공신 중 하나인 미주리호 유적 등에서 자연과 인문학, 휴양을 즐긴 다음, ▷한민족의 하와이 122년 이민사의 인문학과 ▷이역만리에서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에 임한 하와이 항일독립유공자 묘역의 숭고한 기운까지 얻는다면 금상첨화이겠다.
지난해 8월 광주광역시 남구 515갤러리에서 하와이 독립운동가 묘비사진을 전시한 전남대 김재기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122년전부터 하와이로 건너간 최초 이민자들은 고된 일로 번 돈을 안중근 의사 재판비용과 의무금, 의연금, 광복군비, 독립군비, 외교비, 윤봉길·이봉창 의거 비용, 광주학생독립운동 특별후원금 등 독립자금을 모아 고국에 지원했다.

이들이 안장된 곳은 ▷하와이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 와이키키해변 북쪽 오아후 묘지, ▷와이키키해변에 아침 햇살을 실어나르는 동쪽 산 다이아몬드 헤드 묘지, ▷오아후섬 남동쪽 카라마해변공원 서쪽 내륙의 누우아누 묘지, ▷오아후 남부 코올리나와 하와이국제공항사이에 있는 에바 묘지, ▷빅아일랜드의 푸우키이 묘지이다. 김 교수팀은 한인독립운동가 묘지 1200기를 확인하고 이 중 515기의 분석을 마쳤다.
한국인 여행객들이 이들 묘지로 가기 위한 대중교통편은 거의 없고, 렌터카를 빌려 주차할 만한 곳에 도착한 뒤 몇몇 묘지는 등산을 좀 해야 도달할 수 있다. 상당수 독립유공자 묘지가 와이키키 인근에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차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한국 취재진이 방문했던 시기가 삼일절을 낀 시점이었는데, 때마침 국립창원대가 미국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애국지사 5인의 묘소를 새로 확인했다는 소식에 하와이 현지 한인들의 관심도 모아졌다. 창원대가 묘소 위치를 확인한 독립유공자는 홍한식·서재근·곽명숙·김차순·함호용 지사였다.
이들은 모두 구한말∼일제강점기에 하와이로 건너간 한인 ‘이민 1세대’다. 고된 타국 생활에서도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는 점이 확인돼 국가보훈부로부터 독립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홍한식 지사는 서울 정동에서 태어나 1910년 하와이로 건너간 뒤 대한인국민회 하와이지방총회와 조선민족혁명당 하와이총부 등에서 활동하며 미주지역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기존 국가보훈부 공적조서에서 1885년 1월 13일 출생으로 기록됐을 뿐 사망 시점 등은 미상으로 남아 있었으나, 이번 조사로 1965년 7월 18일에 순국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와이에서 여관업을 하면서 부를 쌓아 독립운동 자금을 후원한 서재근 지사 역시 기존에는 1878년에 태어났다는 것만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로 1878년 10월 7일에 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곽명숙 지사는 경남지역에 살다가 신랑 사진만 보고, 하와이로 건너가 먼저 이민 가 있던 현지 한인과 결혼했다. 현지에서 결성된 독립운동단체 ‘대한부인구제회’ 활동에 참여했을 정도로 독립운동에 적극적이어서 국가보훈부 묘소 찾기 대상자에 올라 있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정확한 묘소 위치가 확인됐다.
이외에도 독립운동에 참여한 김차순·함호용 지사 묘소도 확인되면서 독립유공자이자 한인 이민 1세대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됐다고 창원대측은 밝혔다.
지난해 하와이 소재 독립운동자 추정 묘소 515기를 확인한 전남대 김재기 교수팀은 “515기 중 최소한 300명 가량이 서훈 추서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보훈처도 하와이 이민 120주년이었던 2023년 부터 하와이 지역 독립운동사적지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한 활동을 본격 시행중이다.
보훈처는 독립운동사적지 표지판을 14곳 설치하는 것으로 하와이 한인 항일독립운동 족적 조사작업을 시작했다.
보훈처는 “하와이는 미주 한인 이민이 시작된 지역으로, 당시 한인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독립을 향한 염원은 국권 회복 운동을 후원하는 한인 단체는 물론, 독립군 사관 양성 기관, 민족적 정체성을 교육하는 학교 및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교회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독립운동사적지 표지판이 처음 제막되는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와 함께 시작한 해외 최초의 한인교회다.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는 종교적 역할을 넘어 한인 이민자들의 하와이 사회 적응을 돕고 조국 독립을 위한 독립운동자금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윤병구(1977년 독립장), 이교담(1999년 애국장), 문또라(2019년 건국포장) 등 36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해 민족 독립운동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했다.

보훈처는 이번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를 시작으로 한인기숙학교 터, 대한인국민회 총회관 터, 합성협회회관 터, 대한인동지회 회관, 한인기독교회(호놀룰루·와히아와·힐로) 등 14곳의 주요 독립운동사적지에 표지판을 순차적으로 설치해 한인들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보존하고 하와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려 나갈 계획이다.
하와이는 휴양지로서의 매력 뿐 만 아니라, 우리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인문학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진주만 기습과 원폭투하 및 일본항복 이후 모종의 거래로 하와이엔 일색이 강하지만, 한국인들이 한류를 전파하고, 많이 방문하면, 균형감 있는 한국인의 여행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편서풍이 뒤에서 밀어주니, 인천에서 하와이까지 갈때엔 7시간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올때엔 맞바람으로 비행하니 더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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