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美 수출통제 전 삼성 등에서 HBM 구매

中 딥시크 성공도 美 반도체 수출 통제 결함 덕분

미중 AI 격차 1∼2년도 안돼…대중 수출통제 허점

미국의 챗GPT와 Grok,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로고.  [로이터]
미국의 챗GPT와 Grok,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로고. [로이터]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최근 화제가 됐던 중국산 AI 모델 딥시크(DeepSeek)가 사실 중국산 저가칩이 아니라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우회해 확보한 고성능 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 제재를 우회, 대만 TSMC의 인공지능(AI) 반도체 200만개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중간 AI 기술 격차는 1~2년도 채 안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7일(현지 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대만 당국자들을 인용해 “TSMC가 200만개 이상의 어센드 910B 로직다이를 제조했는데, 이 모든 것이 이제는 화웨이에 있다”며 “사실이라면 이는 (두 개의 어센드 910B 다이와 고대역폭 메모리를 결합한) 100만개의 어센드 910C를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20년 화웨이가 TSMC 첨단 노드 제조 능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했고,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 수출 통제로 중국의 모든 첨단 노드 AI 반도체 설계자들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TSMC가 제조한 대량의 화웨이 어센드 910B 칩을 미국 수출 통제를 우회해 중국으로 가져왔다.

이 보고서는 화웨이가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 200만개의 AI 반도체가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비축량”이라며 분석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HBM 유입 통제 계획을 알게 된 뒤 실제 조치가 시행된 그해 12월까지 대부분 삼성전자로부터 이 칩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최소 1년분의 HBM을 미리 들여왔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최근 세계적인 관심을 끈 중국산 AI 모델 딥시크에 대해서도 미국의 2022∼2023년 반도체 수출 통제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딥시크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봤다.

보고서는 “공개된 증거는 없지만 업계 소식통들은 대규모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가 2023년 10월 이전에 발생했다고 했고, 2024년 초까지 상당한 H100 칩 밀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고 했다.

이어 딥시크가 미국 AI 모델들을 추출하고 폐쇄적 소스 알고리즘 혁신을 복제하는 데 성공한 것은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가 없는 AI 경쟁의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보고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AI가 (원천 기술 개발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타국의 기술 복제가 가능한) 의약품과 구조적으로 유사해지는 경우”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또 “미국 기업들은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과 인간 수준을 넘어서는 인공 초지능(ASI) 경쟁에서 여전히 중국에 앞서지만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며 “극도로 공세적인 수출 통제를 하더라도 1∼2년 이상 앞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성공은 정부 투자와 반도체 밀수, 미국 수출 통제 범위 허점 노리기, 장비 국내 이전, 선도적 국제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 채용, 해외 기술 역설계, 국가가 지원하는 경제 간첩, 국내 혁신 등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금은 미국이 인공 일반 지능 경쟁에서 승리하고 그 승리를 통해 더욱 견고한 전략적 우위를 만들 때”라며 “수출 통제의 유효성은 반도체 밀수 금지 이행과 집행에 달려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자원과 인력을 줄이거나 동맹국의 비협력을 야기한다면 큰 우려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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