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인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극적인 단어들을 쏟아내며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동맹이나 우방이라는 이상을 내팽개치고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현실에 충실해 과감한 행보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중에서도 세계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관세정책이다.

미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GDP의 약 26.3%를 차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GDP 대비 소비 비중이 약 70%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며, 최대 규모의 수입시장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관세율을 높이겠다고 하니 미국에 다양한 상품을 수출하는 수많은 나라들이 긴장하며 트럼프의 발언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은 아주 간결하다. 먼저 미국을 대상으로 수출하는 기업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세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즉 미국 경기가 좋지 않아 국내에서 충분히 거두지 못한 세금을 외부로부터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단순히 세금을 충당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관세를 내기 싫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라고 공공연히 발언하며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제조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라고 관세를 무기로 협박에 가까운 압력을 주는 것이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관세 압력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을 약속한 보조금도 사라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법을 비난하고 있었으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청문회에서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에 지난 3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반도체 법을 재차 강하게 비판하며, 이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관세를 부과하면 해외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에 반응을 보인 곳이 바로 대만의 TSMC다. TSMC는 지난해부터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표면상으로는 그의 압박이 제대로 먹혀들었고 트럼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만이 대미 투자를 늘리니 우리 기업도 따라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작전에 말려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급하게 트럼프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없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관세 효과가 반도체 산업에서만큼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대만은 이전부터 반도체 산업을 안보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사용하고 있어 순수하게 사업 측면에서 접근하는 우리와는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에 워낙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 쉴 틈 없이 과감한 행보를 보이니 쉽게 동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조금 더 차분하게, 한 박자 숨을 돌리고 냉정하게 계산 후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산전략연구실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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