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메리츠證 리서치센터장
강세장 예측, 中·유럽 경기부양 주목
반도체주 지수 하단 방어 역할 전망
융합 본격화 로봇株도 상승가능성 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요국 중 홍콩 다음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하지만,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으로 낮아졌던 지난 연말 수준을 고려하면 아직 회복이라 할 정도로 코스피 지수가 충분히 오르지 못했다고 판단됩니다. 올해 상장사 순이익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감액되지 않고 비슷한 수준만 도달해도 코스피 적정 가치 상단은 3050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진우(사진)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메리츠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인터뷰에서 올해 코스피 강세장을 점쳤다. 기업 순이익 측면에서 일부 ‘역성장’이 진행될지라도 ▷지난해 과도한 디레이팅(저평가) ▷역사적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고려했을 때 2800포인트대 후반 정도의 적정 가치는 기본적으로 예상된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현재 산업 트렌드가 큰 틀에선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비롯해, 전력주 등이 작년처럼 시장을 이끌기보단 코스피 지수의 하단을 방어하며 바닥을 잡아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이 센터장은 전망했다. 아울러 올해 국내 증시를 이끌어 갈 주도 섹터로 조선·방산 등 산업재를 꼽았다.
이 센터장은 이미 연초부터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던 조선주, 방산주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이어 유럽까지도 재정 긴축에 나설 것이란 기존 전망과 달리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아직 기대감만큼 기업들의 구체적인 실적으로 이어지기 전 단계인 로봇 섹터 역시 관심을 둬야 할 분야로 이 센터장은 꼽았다. 그는 “로봇 섹터의 경우 과거부터 조각처럼 연구됐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의 과정을 통해 발달하고 있는 산업군”이라며 “융합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는 단계란 점에서 로봇 산업의 업사이드(추가 상승 여력)는 여전히 크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올해도 원/달러 환율이 당장 하향세로 접어들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증시 ‘큰손’ 외국인 투자자가 고(高)환율에 따른 매력 저하로 ‘코리아 엑소더스(국내 증시 대탈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게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진입을 더 손쉽게 할 순 있지만 직접적 영향은 2020년대 들어선 작아졌다”면서 “국내 기업의 미래 성장성과 정부 정책적 모멘텀을 강하게 받는지 등이 외국인 투자금 유입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센터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 증시 중심으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시 투자 움직임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전체 거래금액의 97% 수준에 이르는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 유럽·일본 등 미국 이외 선진 시장 등으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처가 확대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연초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는 중국·홍콩 등 중화권 증시에 주목했다. 그는 “작년 말 내놓았던 2025년도 증시 전망과 현재 시점까지 가장 달라진 점은 중화권 증시의 부상”이라며 “정부 주도의 ‘공동 부유’ 정책 대신 중국이 민간 기술 기업을 다시 앞세워 경제 성장에 나서는 모습으로 빠르게 돌아간 게 효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발(發) 쇼크를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통제의 한계를 시장이 눈치챈 계기라고 봤다. 이미 고평가 상태에 놓인 미국 증시에서 나온 돈이 중국 등 신흥국으로 리밸런싱되는 것의 배경엔 이런 이유도 깔려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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