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41% 감소, 의복·화장품 등 안사
건설기성 6개월 연속 하락…감소폭 확대
조업일수 감소에 주요 지표도 마이너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실물경제 지표가 2개월 만에 일제히 감소하며 한국 경제가 새해 첫 달 무너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데 이어 올해 첫 달에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갔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월대비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서울 명동 거리 모습. [연합]](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04/rcv.YNA.20250203.PYH2025020306070001300_P1.jpg)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첫 달에도 감소 흐름을 보인 것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수치가 당초 -0.6%에서 0.2%로 수정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는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0월과 11월 0.7%씩 감소했다가 같은 해 12월(0.2%) 소폭 늘어난 뒤 다시 줄었다.
소비재별로 보면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1%)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등 비내구재(-0.5%)에서 판매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업태별로는 면세점(-41.0%), 무점포소매(-4.2%)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면세점은 내·외국인의 국내 면세점 소비를 모두 포함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소비 감소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서비스 소비가 반영된 서비스업 생산 역시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도소매(-4.0%), 운수·창고(-3.8%) 등에서 생산이 줄었다.
정부가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지난 1월 말 설 연휴에 붙여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조업일수 감소로 생산까지 끌어내렸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휴일 지정 자체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소매판매를 전년 동월비 기준으로 보면 13개월 하락 후 보합 전환한 점이 포착됐다”면서 “생산은 전월 대비로는 계절조정(-2.7%)을 해서 조업일수 감소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었지만 전년 동월비로는 많이 감소(-3.5%)한 걸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건설투자는 역대급 부진을 나타냈다. 건설투자를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4.1%)과 토목(-5.2%)에서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직전 달보다 4.3% 감소했다. 지난해 8월(-2.1%) 이후 6개월째 감소이며 감소폭은 지난해 3월(-9.4%) 이후 가장 컸다.
건설기성은 1년 전보다는 무려 27.3% 줄었다. 1998년 10월(-27.6%) 이후 26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공사 실적이 저조해진 탓이다.
1월 건설기성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1년 전보다 25.1% 감소했다. 감소폭은 지난해 1월(-35.3%) 이후 가장 컸다.
현 추세를 볼 때 당분간 내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건설수주가 추후 건설투자로 이어지려면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데 최근 건설투자 자체가 부진하다는 점에서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건설수주액 감소 등을 반영해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건설업이 경기의 전반적인 수치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작년 말 대규모 입주가 시작된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의 마무리 공사가 언제 지표에 반영될지, 건설수주가 건설기성으로 언제 이어질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우리 산업활동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조 과장은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관세 대응 수출바우처 도입 등 우리 기업 피해지원을 강화하고, 무역금융 역대 최대 366조원 공급 등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겠다”면서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등 산업경쟁력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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