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락 여파에 금융채무 부담

“재무구조 개선 없을 시 5월 자금 부족 예상”

판매 대금 등 정상 결제 조건

6월 3일까지 회생계획안 제출

홈플러스가 4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임세준 기자
홈플러스가 4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금융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서울회생법원은 영업과 관련된 대금 결제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조건으로 금융채무에 대해서만 회생계획을 허가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주심 박소영 부장판사)는 4일 오전 11시께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오전 0시 3분께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서울회생법원은 오전 10시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심문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회생은 판매 대금 정산 등과 관련해 부도가 난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 중이며 대금 결제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하면서 금융 채무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회생법원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면서 금융조달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금융채무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이 없으면 2025년 5월 자금부족사태가 예상된다”며 “상거래채권은 정상변제를 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 수립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생 절차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회복시키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서울회생법원은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결정’도 내렸다.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매입·매출 채권을 가진 상거래 채권은 원칙적으로 정상 지급한다. 현재 운영 중인 유통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상거래 대금, 가맹점주 대금, 직원 급여 등은 기존과 동일하게 지급할 수 있게 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신청 전과 동일하게 정상 영업을 계속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생 절차 진행을 위한 별도의 관리인은 선임되지 않았다. 현재의 조주연·김광일 대표자가 운영자자 관리인으로서 회사 영업과 회생 절차 모두를 이끌어가게 된다. 홈플러스는 오는 18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재출한다. 서울회생법원은 이와 별개로 오는 4월 1일까지 홈플러스 채권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채권자 목록 확정, 채권자협의회와 협의 등을 거쳐 6월 3일까지 구체적인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부회장이자 지난해 1월 홈플러스 대표로 선임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은 회생 절차 개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으로 생긴 단기 유동성 대비 차원에서 회생 신청을 했다”며 “회사가 지급 불능이나 부도가 전혀 없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회생) 신청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인정해줬다”고 했다.

현재는 위기 상황이 ‘현실화’ 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단기 자금 조달 어려움이 예상돼서 신청한 것”이라며 “주저할수록 상거래 채권자나 근로자들의 임금 채권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회생) 신청을 해 영업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