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 발표
배우자 공제 5억원→10억원 상향
일괄·기초공제→상속인별 공제로
자녀 1인당 공제 5억원으로 확대
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상속세 방식을 전환하는 정부 방안이 공개됐다. 배우자공제는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된다. ▶관련기사 5면
현행 상속세는 물려주는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1950년부터 유지해오고 있다. 올해 안에 국회에서 법개정이 이뤄진다면, 약 2년간 과세시스템 정비를 거쳐 오는 2028년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22년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침을 공식화한 지 2년8개월만이다.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는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과세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상속세를 매기는 2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유산세 방식인 나라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유산세는 그동안 우리나라 세제가 여러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몇 개 안 되는 숙제 중 하나였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제도 쪽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요구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은 현행 상속 재산 전체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 대신, 상속 재산을 상속자 수에 맞춰 쪼갠 후 각각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상속 재산이 쪼개지는 만큼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피상속인(고인)의 상속재산에서 일률 차감하는 일괄공제 기초공제를 인적공제로 흡수했다. 현재는 전체 상속액에 대해 일괄공제(5억원) 및 배우자공제(최소 5억원·법정상속분 이내 최대 30억원)가 일률 적용된다.
이같은 일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에 현재 1인당 5000만원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직계존비속에는 5억원, 형제 등 기타 상속인에는 2억원을 적용한다.
정 실장은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시급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며 “다자녀가구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배우자공제는 사실상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아진다. 최대 공제한도 30억원(법정상속분 이내)을 유지하되, 10억원까지는 법정상속분을 넘어서더라도 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민법상 법정상속분과 무관하게 10억원까지는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인적공제 최저한’을 새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면세점(10억원)을 고려해 최소 10억원의 인적공제를 보장해주는 개념이다. 상속인별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인적공제 합계가 10억원에 미달한다면, 그 부족분만큼 추가로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70~80대 고령층의 자녀들이 최소 2명인 현실을 고려하면, 자녀 2명 공제(10억원)과 배우자공제(10억원)까지 최소 20억원의 상속액은 면세될 것으로 보인다.
세액은 상속인별로 산출되지만, 과세 관할은 현행처럼 피상속인 주소지 기준으로 결정된다. 과세 관할이 여러 세무서에 분산되면서 생기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현행처럼 상속개시(사망)부터 6개일 이내 상속신고해야 한다. 신고기간 이후 9개월 이내 상속재산을 분할하면 된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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