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으로 데뷔 20년 만에 첫 영화 출연
시대적 한계 탓 아이·엄마 모두 안타까워
“기소유는 훌륭한 파트너”…물 공포증 극복
![영화 ‘침범’에서 1부를 이끌어가는 ‘영은’ 역의 배우 곽선영을 11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자이언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1/news-p.v1.20250311.69e2aca6057548e19170151f9815cd2e_P1.jpg)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저 파리한 여인이 쓰러지지 않고 일상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올까. 영화 ‘침범’에서 보통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딸 ‘소현’을 키우는 ‘영은’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러니 영은을 연기한 배우 곽선영도 필시 마음고생이 심했겠구나 지레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배우에게는 메소드 연기만 방법이 아니다. 영화 ‘침범’의 개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선영은 “촬영이 너무 즐거웠는데, 오히려 영화를 보신 분들이 내 마음이 힘들었겠다며 걱정해주신다”며 손사래를 쳤다.
“본질적으로 연기는 항상 똑같아요. 맡은 역할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고 연습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작업이라서요. 제가 그중에서도 ‘출퇴근’이 잘 되는 편이라, 금세 몰입했다가도 잘 빠져나오기도 하고요.”
곽선영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이코패스 성향의 아이를 허덕이면서 키우는 엄마를 연기해서인지 그에게 주어지는 질문도 ‘진짜 본인이 처한 상황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무거운 주제가 됐다.
“주변 지인 중에 신혼부부들이 영화를 보고 ‘무서워서 애 낳겠냐’고 걱정어린 말을 하더라구요. 하지만 전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몇 없는 일이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물론 엄마·아빠가 힘들긴 하겠지만요.”

‘영은’과 어린 ‘소현’이 등장하는 영화의 1부 배경은 90년대 말이고, 그로부터 20년 뒤 성인이 된 소현이 등장하는 때가 비교적 최근 시점이다. 곽선영은 시대적 한계에 대해 “그때는(90년대) 정신적인 아픔을 숨기기에 다소 급급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그래도 영은과 소현이 사회의 도움을 좀더 받을 수 있을 거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침범’의 1부는 곽선영과 아역배우 기소유가 이야기를 가득 채워간다. 당시 나이 7살이었던 기소유에 대해 곽선영은 내내 “나의 파트너”라고 존중을 가득 담아 이야기했다.
“아역이라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연기자더라고요. 저처럼 ‘출퇴근’이 정말 명확한 친구예요. 수영장이 워낙 넓은 탓에 물을 데워놨지만 금세 식어서 차가워졌어요. 턱이 덜덜 떨리면서도 티도 안 내고 연기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거예요. 다음에도 다른 관계성으로 또 만나고 싶은 파트너 연기자라고 생각했죠.”
영은은 극 중 수영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막상 곽선영은 발이 닿지 않는 수영장에는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물 공포증이 있었다. 그런데 ‘침범’을 통해 수심 3m에서도 횡단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자이언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1/news-p.v1.20250311.72774c4d18fc42558e004b10d7237ac0_P1.jpg)
곽선영은 “이상하게 그날 촬영에 들어가니까 물속이 조용하고, 물 안에서만 들리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편안해졌다”며 “첫 영화가 내 인생에 여러모로 ‘침범’했다”고 표현했다.
곽선영 첫 영화를 내놓기까지 무대 앙상블부터 시작해서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지난 시사회 때 그가 울컥한 것도 그런 감격에서 비롯됐다.
“모든 게 신기했어요. 용산CGV는 제가 정말 자주 영화 보러 가는 곳이거든요. 근데 제가 참여한 영화가 거기서 상영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한 거예요. 처음 앙상블로 공연 무대에 올라가서 부모님께 보여드렸던 설렘과 긴장이 20년 만에 다시 느껴졌어요.”
공연계에서 방송으로, 이제 영화까지 섭렵한 40대의 그는 ‘물처럼 흘러가듯 살되, 매 순간 감사하며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10년 전쯤 공연할 때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제가 ‘10년 후에는 영화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더라고요. 명확한 꿈을 두고 달려가지는 않은데, 눈앞에 있는 걸 차근차근 하다 보니까 기회가 되어서 방송도 하고 영화도 하게 되었어요. 막연하게 무의식 속 꿈들이 있는데, 이제 그것들도 잘 이뤄질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돼죠.”
한편 최근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로맨틱 이탈리아’ 편에서 곽선영은 긍정 힐링 어록으로도 주목받았다. 그는 “그게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제 모습”이라며 “저 역시 제3자 입장에서 인간 곽선영을 모니터할 기회였다”고 밝혔다.
“여러 경험을 통해서 부정적 생각이 인생에 도움이 안되고 나만 힘들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그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좋게 생각하면 좋게 잘 흘러가더라고요. 얼마 전엔 가방을 하나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누가 사용했던 흔적이 보이더라고요. 쭈글쭈글하고. 예전 같으면 너무 화가 나서,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이랬을 텐데, 이제는 ‘아 얘가 나한테 오려고 했구나’, ‘쭈글쭈글하면 더 쓰기 편하지 뭐’ 이러고 그냥 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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