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생식당마다 매진 이어져
주거·식사 동시해결 하숙 선호
등록금 인상·고물가에 자구책
![서울 지역의 한 하숙집 내부 [독자 제공]](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2/news-p.v1.20250305.57d5df775cc64acdbb49ebb3ae4e22dd_P1.jpg)
고물가에 대학생의 생활비 부담이 늘자 새학기 대학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주요 배경이 됐던 하숙집이 때아닌 인기를 끌면서 평범한 임대주택을 하숙으로 리모델링하는 임대 사업자가 나오고 있다. 대학이 운영하는 ‘1000원 아침밥’은 500인분이 삽시간에 완판되고 있다.
▶하숙집, 월 60만원에 원룸·식사 가능=12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 내 주요 대학 밀집 지역인 서대문구와 동대문구에서 1일 2~3식까지 주는 하숙집은 모두 만실이었다. 고물가로 생활부담이 커지자 월 50만~60만원으로 주거는 물론 끼니도 해결할 수 있는 하숙으로 몰리고 있다.
숙소 정보 제공 플랫폼 ‘맘스테이’에 따르면 올해 1~2월 하숙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이승원 맘스테이 대표는 “최근 하숙의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데 공급이 달리는 수준”이라며 “대학가 원룸 월세만 70만~80만원선인데 주거와 식사까지 50만~60만원에 해결하니 수요가 많다. 최근 고물가의 영향도 크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하숙 수요가 늘자 노후 대비를 위해 하숙집 운영을 시작하는 경우도 생겼다. 5급 사무관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유모(68) 씨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 대학가에 하숙집을 열었다.
유씨는 갖고 있던 주택을 전세로 내놨다가 마음을 돌렸다. 그는 “최근에 하숙을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며 “70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고 이번 학기부터 운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 주요 대학이 몰린 서울 서대문구에서 16년째 하숙을 운영해 온 A씨도 하숙 인기를 실감했다. A씨는 “총 14개의 방이 있는데 현재 모두 만실이다. 이번 학기 유독 하숙 문의가 많았다”며 “학교들에서 기숙사 늘리고, 팬데믹까지 겹쳤을 땐 죽을 맛이었는데 물가가 뛸수록 학생들이 하숙으로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가 건물로 하숙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객실 1개당 월 10만원 정도가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운영하는 하숙집은 월 50만원 중반대의 비용으로, 하루 두 끼를 제공한다.

▶‘1000원 아침밥’ 때문에 ‘아침 모임’까지=식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아침 모임’까지 만들어 ‘1000원 아침밥’을 노리는 학생들도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식당에는 학생 100여 명이 1000원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조식 운영이 마감되는 오전 9시30분까지 학생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 학생식당에서 만난 재학생 송모(25) 씨와 친구들은 “1000원 아침밥이 시작된 2023년 9월부터 모임 형태로 아침을 먹고 있다”며 “1000원 아침을 놓치면 아침을 거르거나 부담스러운 가격에 먹어야 하는데 이걸 놓치지 않도록 모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500인분가량 준비되는 아침밥은 전부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연세대 학생식당 관계자는 “매일 500인분가량 아침 식사를 준비해 오고 있는데 전부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1000원 아침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대학생 식사 지원 사업이다. 올해는 전국 200개 대학에서 시행하는데 아침 식사 단가를 정부, 학교 등이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다. ▷농식품부 2000원 ▷지자체 1000원 ▷학생 1000원을 각각 부담한다. 부족한 예산은 학교가 충당하는데, 여러 학교가 동문들의 기부금을 받아 조성한 발전기금에서 1000원 아침밥 재원을 충당한다.
기자가 찾은 연세대도 동문·교직원·외부인사가 낸 기부금으로 조성된 발전기금을 일부 활용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기부금이 많을수록 오래 운영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와 올해 같은 경우는 기부금이 충분해서 무리 없이 운영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에게는 세 끼 밥값이 공포로도 다가오고 있었다. 이날 오전 한국외대에서 학생식당에서 만난 학생 이모(23) 씨는 “인상된 등록금보다 세 끼 밥값이 더 무섭다”며 “이번 학기에 15만원이 오른 등록금보다 세 끼 밥 먹는 게 더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배경에는 16년 만에 대대적으로 인상된 등록금이 있다. 실제 서울 주요 대학의 올해 등록금 인상률은 ▷서울시립대 5.49% ▷경희대 5.1% ▷고려대·한국외대 각 5% ▷연세대 4.98% ▷서강대 4.85% ▷이화여대 3.1%였다.
이영기·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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